시민 신뢰를 잃은 시장이 될 것인가

최청암 칼럼니스트 칼럼니스트

cachoi@gsdaily.co.kr | 2025-10-07 08:32:05

파주시는 지금 다시금 ‘지도자의 자격’에 대해 묻고 있다. 민선8기 김경일 파주시장이 취임 3년을 넘기며 보여준 행정은 혁신보다는 논란으로 기억되고 있다. 
 황제수영 논란에서 시작해 시민축구단 K2리그 진출, 돔구장 건립 추진, 성매매집결지 부지 매입 등 의혹이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시민의 눈높이는 커녕 사실상 시민을 우선하지 않은 행정을 펼친 결과는 냉정하다. 최근 한 지역신문에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경일 파주시장의 재출마를 지지하겠다는 응답은 26.1%에 불과했다. 시민 네 명 중 세 명은 ‘새 인물’을 원하거나 판단을 유보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파주시청. (사진=투데이1DB)

지지율보다 더 심각한 문제는 신뢰의 붕괴다. 김 시장은 애초 ‘실용과 혁신’을 내세워 민선8기 파주의 새로운 비전을 약속했다. 
 하지만 실제 추진한 사업 상당수는 정책적 당위보다 정치적 과시가 짙어 보였다. 대표적 사례가 돔구장 건립이다. 대규모 예산이 투입되는 초대형 프로젝트임에도 시민 공론화는 충분치 않았다. 
 시민 절반이 찬성했다고 하지만, 이는 뒤집어 보면 시민 절반이 반대하거나 회의적이라는 결과이기도 하다. 이에 거대한 시설이 도시 발전의 상징이 되기보다 시민의 의사와 동떨어진 정치적 ‘기념물’이 될 가능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시민축구단의 K2리그 진출 논란 역시 비슷한 궤를 보이고 있다. 
 절반 이상의 시민이 찬성 의사를 보였지만 과정은 투명하지 않았다. 구단 운영비와 향후 재정 부담 그리고 실질적 지역 스포츠 육성 효과에 대한 구체적 계획은 불투명하다. 
 시민의 공감대를 확보하지 못한 채 ‘성과’만 강조하는 방식은 시정이라고 하기 보다 과시적인 정치적 이벤트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행정가는 행정의 본질이 보여주기보다 설득과 참여에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행정은 정책의 핵심 가치와 의미를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바탕으로 시민을 설득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다. 본질을 꿰뚫지 못하면 정책의 효과가 떨어지고 사회적 신뢰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
 이와 함께 ‘성매매집결지 폐쇄를 위한 토지 및 건물 매입과 철거’ 시책도 논란이다. 도시 이미지 개선이라는 명분 아래 추진됐지만 매입 과정의 적정성, 예산 규모, 이후 활용 방안 등 많은 지적이 나온다. 김 시장이 강조한 ‘도시정비’의 이면에는 행정 절차의 불투명성과 소통 부재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이쯤 되면 시민들이 냉소를 보내는 이유는 분명하다. 행정은 공공의 신뢰를 기반으로 하는데 김 시장의 민선8기 시정은 그 신뢰를 잃는 방향으로 전개됐다. 이번 여론조사에서 40~50대 일부가 상대적으로 높은 지지율을 보인 것은, 과거 김 시장이 도시개발 관련 정책을 주도했던 시기의 관성이 남아 있기 때문으로 읽힌다. 하지만 세대 전반으로 보면 젊은층과 고령층 모두 ‘새 인물’을 찾고 있다. 이는 단순한 인기 하락이 아니라 세대 전반에 걸친 피로감의 표출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다.
 지금은 시장으로서 1년도 남지 않은 임기 말 시점이다. 이젠 정치적 명분보다 행정의 본질을 되돌아봐야 한다.  
 김경일 시장이 남은 임기 동안 해야 할 일은 새로운 사업 보다 그간의 논란에 대해 솔직히 답하고 투명하게 공개하는 시민과의 소통을 복원하는 일이다. 
 시민이 등을 돌린 지도자에게 재신임은 없다. 민선8기의 파주 시정이 ‘신뢰의 실패’라는 이름으로 기록되게 하지 않으려면 시민은 개발보다 신뢰를, 성과보다 절차를 중요시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파주시민은 지금 시장의 ‘성과’보다 ‘성찰’을 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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