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정3지구 특별계획구역 잡초만 무성…이대로 무산되나
최정석 기자
standard@gsdaily.co.kr | 2025-10-09 16:02:56
‘지역 랜드마크’ 기대 대신 4년여 기다림에 긴 한숨
정상화 대책시급…“정부·정치권은 뒷짐 말라” 성토
GTX-A 운정중앙역 일대 주상복합아파트 등 특별계획구역 개발 사업이 시행사 취소와 사업 무산 위기로 장기간 표류하고 있다. 정부는 사전청약(사청) 제도를 앞세워 청년·신혼부부·청약자 등을 대상으로 '장밋빛 기회'를 공언했으나, 사청 당첨자들은 시행사 포기로 입주 불확실성 등 ‘잃어버린 4년’의 기다림에 고통과 혼란 속에 내몰리고 있다. 사업 무산 파장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넘어 파주시, 국토부, 정치권까지 번지면서 사청 피해자들은 정부 신뢰 추락과 실질적 피해 대책 부재에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
사전청약 ‘신뢰’ 붕괴…“당첨 기쁨이 피해 눈물로 남아”
2021~2022년 시행된 정부 사청 제도는 GTX-A 운정중앙역 일대 주상복합 아파트 등 역세권 개발인 특별계획구역을 수도권 대표 역세권 랜드마크 단지로 부각시키며 폭발적인 관심을 끌었다. 신청자 중 수백 명은 '행정의 약속'을 믿고 청약해 당첨됐지만, DS네트웍스·인창개발 등 시행사가 잇따라 사업을 포기하면서 수년째 불확실성의 시기를 보내고 있다.
사청 당첨 피해자들은 “주택 마련의 기회를 정부 정책 신뢰에 걸었는데, 되돌려받은 것은 해지와 보상 부재”라고 분노했다. 시공이 늦어지면서 전·월세로 전전하며, 3년 넘게 본청약 진입조차 못한 채 생활비 부담과 심리적 불안, 기회손실까지 겪고 있다는 불만이 높다. 사전청약 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측은 “정부는 일방적으로 시행사에 책임을 넘기고, 시행사는 LH와 국토부에 책임을 떠넘기며 집행력을 잃었다”며 집단 항의·법적 대응을 검토 중이다.
LH는 시행사 계약금 몰수와 사청자 ‘지위 승계’ 정책을 마련했으나, 오히려 분양가 인상ㆍ입주 시점 지연 우려만 키우고 있다. 사실상 '지위 승계'가 실제 재분양 참여 기회로 이어진 사례가 드물고, 피해 구제책이라기엔 실효성이 약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허허벌판’ 된 GTX 역세권 개발…운정3지구 도시계획 ‘비상’
현재 운정중앙역 역세권 핵심 개발지인 운정3지구 8개 블록 아파트 부지는 절반 이상이 장기간 빈 공터 상태로 남아 있다. 인창개발의 중도금 미납으로 LH가 계약 해지를 검토하며, 주상복합 3·4블록은 물론 상업·문화 복합시설 부지 등 구역 전체 개발 사업이 줄줄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다.
이에 GTX-A 개통에도 운정중앙역 일대는 대형 상업·도시 복합 허브가 아닌 ‘역만 있는 신도시’로 전락해가고 있다. 도시계획의 의존적 기반시설·GTX 운정중앙역 지하연결통로·생활 SOC 사업까지 줄줄이 지연되면서, 연쇄적 도시성장 동력이 빠르게 멈춰서고 있다.
LH는 현재 부지 재매각(재입찰) 절차를 추진 중이나, 부동산 경기 침체·고금리·시행사 손실 위험 탓에 건설사들의 참여 의지가 저조하다못해 참여 의지 조차 없어 보인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이 정도 부동산 경기 상황에서는 아무리 GTX 역세권이라고 해도 수익성 보장을 기대못해 낙찰 자체가 불투명하다”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주민들은 “GTX 개통 효과가 반감, 파주 발전 전략까지 틀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마저 내비치고 있다. 현장에서는 “상업·주거·교통 복합 허브 계획 자체가 흩어지고, 도시 핵심 기능이 좌초된다면 GTX-A 도입도 의미가 반감된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정치권 파장…공공정책 신뢰·구제대책 마련이 과제
운정중앙역 개발 지연 사태의 심각성은 단순한 아파트 공급 차질을 넘어 LH, 국토부, 파주시 등 사업 주체의 구조적 책임론으로 확산되고 있다. 국회 국토위 소속 의원들은 “LH가 시행사 선정과 자금·사업 검증 없이 조속히 토지를 매각하고, 국토부는 정책성과 홍보에만 치중했다”며 공공 주도의 구조적 신뢰 붕괴를 언급했다.
정부·정치권 일각에서는 “사청 등 정책을 앞서 시행하는 과정에서 공공과 민간의 리스크 협력·점검 장치 마련 없이 실적 중심으로 추진된 후폭풍”에 대해 책임론을 제기한다. 이에 대해 LH는 “민간 시행사 경영상 판단에 따른 사업 중단이며, 당첨자를 위한 대책을 준비 중”이라 밝히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공공 명분을 빌려 추진했으나 실제로는 불확실한 민간사업 리스크를 시민이 떠안게 된 대표 사례”로 본다. 서울시립대 교수 등은 “정부가 민간 개발에 공공 이미지를 덧씌웠으나, 사업 리스크를 최종적으로 시민이 감당하게 됐다”며 “행정적 보완과 법적 구제, 정책 신뢰 회복이 지금의 핵심 과제”라고 강조했다.
피해자 단체는 국토부·LH를 상대로 집단 손해배상 소송을 예고하고 있으며, 국회 국정감사 질의도 이어질 전망이다. 만약 올해 하반기로 예정된 재입찰마저 무산되면, 정부가 직접 공공사업으로 전환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GTX 신도시’ 변곡점…명확한 대안이 회복·성장 관건
GTX 운정중앙역 특별계획구역 개발은 GTX 시대 파주의 역동성을 상징하는 이른바 ‘GTX 신도시’의 랜드마크 사업이다. 하지만 현재는 ‘사청 신뢰 붕괴’와 ‘도시 성장의 핵심 정지’ 등의 다중 위기에 놓여 있다.
주무관서인 파주시와 LH는 GTX 일정에 맞춘 도시계획 조정에 나서고 있으나, 핵심사업 지연의 여파로 도시의 교통망, 상권, 생활 인프라 전반에서 전략 자체를 수정해야할 상황이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책임을 통감해야할 정부와 정치권, 관계기관이 서로 떠넘기며 눈치를 보는 사이 공공의 신뢰 붕괴로 정책 체계가 민간 리스크를 제대로 통제하지 못해 사적 피해만 양산되고 있다”면서 “비대위에서 1200여명이 넘는 서명을 받으면서 자체적으로 대책 마련에 나선 모습 자체가 아이러니”라며 실질적인 대책을 촉구했다.
운정중앙역은 아직 ‘기회의 땅’이지만 현재는 잡초만 무성한 ‘멈춘 도시’의 상징으로 남아 있다. 향후 재입찰·직접개발 여부 그리고 실질적 피해자 구제와 정책 보완이 사업 정상화 여부의 중대한 잣대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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